[공연 스케치] 무심한 듯 가슴에 ‘흐른’ 목소리 하나
(아래 글은 '어쿠스틱 릴레이' 세번째 공연에 참가한 관객 김은서씨와의 인터뷰를 각색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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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은 날 괴롭히기 위해 태어났을 거야.’
은서는 6시가 되기도 전에 자리를 박차고 나와 버렸다. 바깥 공기가 온몸을 가볍게 쓸고 지나가자 조금 안정이 되는 것 같다.

‘커피… 시원한 커피가 필요해.’
벌써 아이스커피가 생각나는 계절인가보다. 오늘은 4월이라기엔 후텁지근한 날씨였다. 해 질 무렵 신촌 거리가 문득 한없이 외롭다. 별다방에서 커피를 사들고 집으로 올라가는데 파란 옷을 똑같이 입은 한 무리의 사람들이 은서 앞을 스친다. 그러고 보니 며칠 간 계속 눈에 띄었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은서는 그제야 아트레온 입구에 걸린 커다란 현수막을 알아차린다. 그 크기에도 현수막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만큼 하루하루 여유라곤 눈곱만큼도 없었다. 아니, 은서의 마음은 그렇게나 황량해져 있었다.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아무래도 KFC 쪽에서 공연이 있는 모양이다. 집에 가기도 싫고 커피를 다 마실 때까지 그곳에 머무르기로 한다. ‘흐른’이라는 특이한 이름의 가수였다. 통기타를 품에 안고 노래를 부른다. 그 옆에는 베이스가 보조를 맞춰주고 있었다. 갑자기 여름이 오는 것 같은 해 질 무렵의 냄새가 가슴을 조금 설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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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편안한 감수성과 차분한 보이스, ‘흐른’입니다. 옆에는 지난 토요일 이 자리에서 공연을 가졌던 ‘로로스’의 베이스를 맡고 있는 김석 씨가 저를 도와주고 계시네요.”
은서의 옆에는 햄버거를 사와서 먹는 여학생 둘이 있다. 아이스크림을 먹는 사람과 딸기주스를 마시는 사람도 있다. 공연장이라기보다 야외 라이브 카페 같은 분위기다. ‘흐른’은 귀여운 얼굴에서 나오지 않을 법한 읊조리는 듯 무심한 음색을 가진 가수였다. 노라 존스를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노라 존스보다는 더 목소리에 힘을 뺐다고나 할까? 도시적 멜로 드라마에 어울릴 것 같은 음악이다.
“1집이 여름에 나옵니다. 여러분. 제겐 여성영화제가 더 특별한데요, 8회 때 스태프로 활동을 했었거든요. 그때 노란 옷 입고 지금 여기 파란 옷 입은 분들처럼 여기 저기 돌아다녔죠. 영화는 올해 못 봤네요. 여러분들 영화 많이 보셨어요?”
외톨이를 위한 노래, 다가와, 그리고 앙코르곡으로 부른 귀가까지 40여 분 동안 6곡 정도를 듣는 동안 은서의 마음이 조용히 가라앉았다. 특히 가수가 ‘밤에 일을 하고 아침에 집에 갈 때 느끼는 감정을 표현했다’고 소개한 <귀가>라는 곡의 가사는 너무 와 닿았다. 비틀거리는 건 자신의 모습 같기도 하고. 감수성 있는 목소리가 봄밤에 참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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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끝나고 영화제 안내 책자를 하나 집어 든다. 은서는 집으로 향하며 내일 여기서 영화나 한 편 볼까, 생각한다. 이왕이면 집도 가까우니 내년에도 한 번 와봐야겠다.



웹데일리 자원활동가 오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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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스케치] 솔직하고 진실한 노래를 듣다.
- ‘어쿠스틱 릴레이‘ 첫째날 : 시와(Siwa)

스산한 바람이 낮에 뜨거웠던 대지를 식혀 주듯이, 그렇게 그녀의 음악이 당신들의 체온을 달래주었다. 15일(화) 저녁 7시, ‘어쿠스틱 릴레이’ 첫째날은 시와(Siwa)가 문을 열었다.  시와(Siwa), 이집트의 작은 마을의 명칭이기도 하다. 이 고대마을은 대부분 흙으로 담을 성처럼 쌓고, 안쪽은 동굴처럼 주거지를 만들어서 살았다고 한다. 이는 사막의 도적떼에 대항하여 도시를 유지하기 위한 방편이였다. 어찌보면 시와(Siwa)의 가사와 인생도 이와 많이 닮아있다. 세상의 풍파 속에서 힘들게 생존을 유지하는 자연. 그녀의 목소리는 이들의 아픔을 대변해 주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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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음악을 듣노라면, 벚꽃이 만개한 요즘 여행을 훌쩍 떠나고픈 충동을 느끼게 된다. 가사에서 자주 나오는 단어들 때문일까. 꽃, 하늘, 나무. 이 가사들은 그녀를 자연주의 가수라고 칭하기에 충분했다. 평화와 쉼을 동향하는 가사와 함께 뱉어내는 청아한 목소리는 이내 사람들의 시선을 고정시킨다. 턱을 괴어 저마다의 시선을 정하고, 노래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들은 이미 각자 자연의 한구석을 맴돌고 있을 터.

꽃은 오랜 기다림을 통해 아름다운 자태가 형성되고, 하늘은 한없이 맑은 영원성을 지녔다. 아마 꽃과 하늘에 대해 그녀는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자연을 동경하기에 너무나 나약했다. 노래의 영감을 얻고 작업했던 시기 중에 유독 자신이 힘들었던 때가 많았다. 마치 그녀를 자연에 빗대자면, 수목원 속에서 피틈치드를 생산해 내는 나무보다는 여의도 중심에서 매연과 힘겹게 사투를 벌이는 강아지풀과 같았다. 하지만 그 강아지풀은 모진 역경과 오랜 기다림을 이겨내고, 자연의 한 일원으로 성장한다. 그래서 그녀의 청아한 목소리 속에는 ‘한(恨)’이 서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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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노래만 부르고 있었던 그녀에게 어떤 분이 “멋있어요”라고 외쳤다. 그녀는 수줍게 “멋있다는 말 처음 들어요”라고 다소 상기된 웃음을 지었다. 이에 용기를 얻었는지 다음 곡을 부르기 전 관객들에게 제안을 한다. 카바사(Cabasa)란 악기를 소개하면서 다음 노래에 함께 무대에서 비트를 넣어주신 관객분을 찾았다. 내심 지원자가 없을 줄 알았던 그녀의 우려는 단 1초만에 해결되었다. 한 여성분이 손을 번쩍 들었다. 이렇게 관객과의 협연으로 ‘하늘공원’은 더욱 빛이 났다. 앵콜곡 <길상사에서>를 끝으로 총 8곡을 부르며 45분간 진행되었던 그녀의 무대가 막을 내렸다. 자연에게 수줍게 안부 인사를 하듯 시와는 그렇게 무대에서 내려왔다. 같이 연주에 참여했던 김명수(23)씨는 그녀의 음악을 예찬하였다. 오늘 이 무대에서 시와의 음악을 처음 접했다는 김명수씨는 깨끗한 음색에서 나오는 아픔과 고통이 아름답고 한편으로는 안타까워 눈물까지 흘렸다고 했다. 동방신기 음악보다 감정을 울리는 시와의 음악이 더 좋다고 다소 도발적인 발언도 서슴없이 했다. 김명수씨 외에도 그녀의 음악에 매료되었던 관객들은 짐을 챙기고 있는 시와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맨발로 걸어도 상처 하나 받지 않는 세상을 꿈꾸는 그녀. 어떻게 해야 좋을지 망설일 때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화양연화를 꿈꾸며 기차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버릴 것 같은 그녀. 오늘도 그렇게 시와는 꿈을 꾸고 있을지 모른다.                             



웹데일리 자원활동가 신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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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시와 2008/04/17 19:41 Address Modify/Delete Reply

    ^_^ 저는 시와입니다. 과분한 기사 감사합니다!! 제 홈페이지에 올려두려고 합니다 괜찮으신지요~~

    • BlogIcon IWFFIS 2008/04/18 00:31 Address Modify/Delete

      네! 시와님! 그럼요~ 많이 많이 담아 가셔도 됩니다. ^^ 좋은 공연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나중에 또 서울국제여성영화제와 좋은 인연으로 만나게 되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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