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과의 대화] <열세살, 수아>의 김희정 감독을 만나다.

당신이 통과해 온 열세살은 어떤 모습입니까? 사춘기를 겪고 있는 열세살 소녀의 세세한 내면을 담은 영화 <열세살, 수아>가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상영됐다. 이 영화는 2005년 칸영화제 레지당스(신인감독 시나리오 개발 프로그램)에 선정되며 시나리오의 작품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관객들은 수아를 통해 자신들이 경험했던 것을 돌이켜 볼 수 있는 기회와 마주친다. 때이른 더위가 다가오는 봄날의 중턱, 장편 데뷔작 <열세살, 수아>를 통해 유망주로 주목받고 있는 김희정 감독이 관객들과 대화를 나눴다. 다음은 17일(목) 오후 5시, 아트레온 5관에서 열린 감독과의 대화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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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는 한 마술사가 수아에게 빨간 장미를 주는 장면이 등장한다. 여기서 빨간 장미는 어떤 의미인가?
- 큰 의미를 반영했던 것은 아니다. 수아가 받은 호의, 사랑의 작은 부분을 상징한다. 그러나 엄마는 이 장미를 아무렇게나 버린다. 즉 아이에게는 소중한 호의가 어른에게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수아가 죽은 아버지의 영정 사진을 옆에 두고 아빠의 안경을 닦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감독님도 이런 경험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 2003년도에 아버지와 사별했다. 나는 나이가 많았음에도 매우 힘들었다. 그 순간 어렸을 때 아버지와 헤어졌다면 얼마나 심각한 슬픔에 빠졌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영화를 제작하게 됐다. 무언가를 창작하는 사람은 자신이 겪는 경험들을 하나, 하나 저장하는 것 같다. 영화에서는 세영이가 아빠 일기장을 보는 장면이 나온다. 나도 아빠 일기장을 발견했지만 마음이 아플까봐 겁이 나서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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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는 수아, 즉 주인공의 이름이 등장한다. 수아라는 이름을 지은 특별한 의도가 있나? 또 나이를 열세살로 설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 부드러운 어감을 주고 싶었다. 수아라는 이름은 너무 튀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평범하지도 않은 이름이라 좋았다. 열세살은 초등학생에서 중학생으로 넘어가는 나이다. 교복도 처음 입게 되고 성에 따라 남중, 여중으로 따로 나눠지는 나이기도 하다. 많은 변화를 겪는 이 때 예민한 아이들이 갖는 감정을 담고 싶었다. 자아를 막 찾아가려고 하는 나이, 그래서 마음의 방을 만드는 아이를 그리고 싶었다.

수아는 영화 초반에 길을 걸으면서 계속 숫자를 센다. 어떤 모티브에서 이런 장면을 삽입했나?
- 어렸을 적 나는 홀수는 좋은 수, 짝수는 나쁜 수라는 나만의 의미가 있었다. 누가 옆에 있으면 숫자를 세지 않는다. 즉 혼자 있을 때만이 숫자를 셀 수 있다. 이 장면을 통해 어린 아이에게 자기만의 세계가 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영화 후반부에 엄마 역할의 추상미가 부르는 노래 제목이 <프리지아>다. ‘프리지아’가 영화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데 수많은 꽃 중에서 프리지아를 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 ‘프리지아’라는 제목만 내가 정했고 가사는 윤아씨가 붙였다. 꽃의 이미지가 좋아서 프리지아로 택했다.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나도 깊은 감동을 받았다. 바로 윤아씨에게 전화해서 감사하다고 전했더니 윤아씨도 기뻐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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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 탄 수아가 창 밖의 풍경을 바라보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이 장면의 의미는 무엇인가?
- 수아가 엄마를 똑바로 바라보게 된 것이다. 즉 아빠가 돌아가신 후에 남아있는 엄마를 다시 발견한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엔딩 장면을 본 연출부가 아버지가 그냥 지나가는 장면은 무섭다며 한번 안아주는 장면을 넣자고 제안했었다. 그러나 그 장면은 너무 자주 등장했기에 따로 넣지 않았다.

곤란한 질문일 수도 있겠지만 매우 궁금하다. 지금쯤 수아는 어떻게 되었을까?
- 아마 잘 살지 않을까 싶다. 수아 역을 맡은 세영이가 길거리에서 수아 같은 애를 만났다고 했다. 그리고 좀 더 일찍 만나지 못해 아쉬웠다고 전했다. 세영이는 영화를 볼 때마다 감동받고 운다. 그리고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웹데일리 자원활동가 김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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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활동가 인터뷰] “편안한 관람을 위해 항상 긴장하고 있어요.”
- 상영관 3관 담당 김하나(22, 기술팀)씨를 만나다.

피로의 상징인 눈 밑 다크서클 조차 확인 할 수 없는 어둠의 자식들(?). 영화제 내내 제일 눈에 띄지는 않지만 상영 내내 사고가 나지 않을까 초조해 하는 사람들. 바로 영사실에서 필름을 돌리는데 불철주야 활동하고 있는 기술팀을 만나보기로 했다. 사실 제일 인터뷰하기 어려운 사람들이다.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영사실 안에서 지켜보고 있어야 하고, 상영이 끝나면 상영이 끝난 필름을 수거하는 동시에 다음 상영을 위해 필름 확인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들에게 여유는 많지 않다. 하지만 우연히 상영을 준비하는 과정을 관찰하기 위해 어두운 문을 들어서는 순간 두 사람이 다정하게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지금이 기회다 싶어 그 중 한 명과 인터뷰를 시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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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하나(22)씨는 기술팀의 신비주의를 잃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기술팀만이 가지고 있는 모토롤라 통신기기도 살짝 공개했다.



현재 영화제에서 주로 하는 일은?
- 기술팀에 소속해서 스크리닝 매니저일을 하고 있다. 기술팀은 주로 들어오는 필름 및 디지털 파일이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고 상영시간에 이상 없이 스크린에 쏴주는 일을 하고 있다. 보통 아침 9시 30분 정도에 출근해서 상영을 마치고 회의를 가진 후 퇴근하고 있다.

영화제 참여 계기는?
- 원래 영화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독립영화나 상업영화 가리지 않고 연출 일을 하던 중 주위의 권유로 시간이 맞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기술팀에 지원하게 되었다.

기술팀 자원활동가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
- 총 9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상영관 마다 매니저 1명, 영상보조 1명, 자막보조 1명, 이렇게 보통 3명 정도 한 팀을 이룬다. 3관은 유일하게 필름으로 상영하고 있으며, 나머지 1,4,5,6관은 디지털로 상영하고 있다.

사실 기술팀은 상영 사고가 나지 않기 위해 상영 중에 긴장하기 마련인데.
- 그래서 기술팀 같은 경우, 영화제 이전에 사전활동을 한다. 영화제에 상영될 필름이나 디지털 자료 등이 도착하면 바로 기술팀이 검수한다. 사전작업을 마치고도 상영 전에 다시 확인해야한다. 혹시나 하는 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다. 3관의 경우, 필름으로 상영하기 때문에 기사님도 계시고 디지털 상영보다 부담이 조금 덜 하긴 하지만 사고에 대한 부담은 모두 비슷한 것 같다.

영화제 활동이 끝나면 무엇을 할 계획인가?
- 일단 계속 해오던 영화현장작업을 할 예정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연출에 욕심이 있어서 연출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자원 활동이 좋은 경험이 돼서 다음 영화제 때도 자활을 하게 된다면, 역시나 기술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 자막팀과 함께 일하고 있는데 자막팀 일도 배우고 싶다.

영화제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 기술팀의 경우 4월 초부터 사전활동이 진행되고, 자원활동가 중 지방에서 올라온 분들도계신데 여유가 생긴다면 자활들을 위한 숙소가 제공되었으면 한다. 그를 제외하면 저는 이 영화제에서 정말 많은 것을 얻어가는 것 같아 고맙다. 비록 상영관 안에 항상 상주해 있어서 다른 자원활동가들을 많이 만나지 못하는게 아쉽다면 아쉬운 점이다.



웹데일리 자원활동가 신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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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활동가 인터뷰] 우리는 그를 ‘뷰티 웅’이라 부른다
-영화제로 휴가를 불사르는 군인 자원활동가(상영관 운영 3관)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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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 웅에게 가보세요.”
영화제가 시작된 지 불과 이틀. 벌써부터 자원활동가 (이하 자활)들 사이에 소문이 자자한 자활이 있었으니, 통칭 ‘뷰티 웅’(본명 유지웅)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품은 자활들 중 남다른 구석 하나쯤 숨겨두지 않은 자 누가 있을까? 허나 어딘가에 재미있는 자활 없을까 눈에 불을 켜기도 전에 소문으로 웹데일리 팀을 이끈 자활의 ‘포스’는 역시나 기대 이상이었다.

인터뷰를 위해 찾아간 아트레온 3관 앞에서 ‘화장이 들뜨기 전에 찾아오셨어야 사진이 잘 나왔을 것’이라는 농담으로 범상치 않음을 드러내기 시작한 ‘뷰티 웅’씨. 그는 보통의 대한민국 남자들과 달리 평소에 눈썹을 다듬고 손톱 정리와 피부화장을 하고 다닌다 하여 ‘뷰티 웅’이란 애칭을 얻었다고 한다.

현재 군인 신분으로 휴가를 모조리 영화제 자원 활동에 쏟아 붓고 있다는 점도 그가 가진 특이점이다. 이전에 서울 영화제와 아시아나 국제 단편 영화제를 통해 주로 기술팀 자원 활동을 해왔다는 그는 휴가 기간을 알차게 보내고 싶은 마음에 영화제에 지원하게 되었다고 한다. ‘군인이라 쌓여 있는 포인트’로 오늘 아침 교육 때 만난 자활들과 영화를 보고 왔다며 부지런함과 열정을 자랑하는 유지웅 씨. 그는 귀대일과 겹쳐 폐막식에 참여 못하는 만큼 나머지 기간 동안 더 열심히 하고 싶다며 앞으로의 각오를 다졌다.

그를 만나보면 인상적인 별칭과 군인이라는 신분은 정작 남다른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자기 자신을 가꿈으로써 단점을 보완하고 당당함을 추구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미모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고 당당하게 이야기 하는 그의 모습에는 진정한 자신감과 사람 냄새가 배어 있었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란 당신에게 무엇인가’라는 마지막 질문에 ‘여성주의자와 군인처럼 더욱 다양한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일 수 있는 기회’라고 답하는 그의 모습이 남달라 보였던 것은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함께 할 수 있는 법을 모색하는 것, 그것이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추구하는 또 하나의 가치가 아닐는지!                


웹데일리 자원활동가 오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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